국내산 차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불신 때문에 차라리 중국 차를 먹는다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군요. 개인적으로 이에 대하여 공감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낯 선 곳에서 낯 선 사람이나 차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사람에게 차를 대접받는 경우에 차라리 커피를 달라고 해서 마시는 입장에서 보면 국산 차나 중국 차나 불신의 정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1. 국산 차 가격 문제 있다.
국산 차의 가격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떤 분이 자신이 만든 차 한 통을 일본인에게 200만 원을 받고 팔았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이 그 말을 듣고 하는 말이.
“그 일본인이 차 값을 낸 것이 아니라 헌금를 했겠지요.”
근래에는 우전을 세분화하여 소위 특우전이니 극우전이니 하는 이름을 붙여서 엄청나게 비싼 값에 판매하는 이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과연 그런 차가 희소가치 외에 더 이상 무슨 가치가 있는가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 가격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 돌이켜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2. 국산 차의 적정한 가격
여기서는 기계화 자동화 체계를 갖춘 기업형 제다회사에서 생산한 차의 가격에 대한 논의를 제외합니다.
제다업 종사자가 아니라 정확한 것은 잘 모르지만 소위 야생 찻잎을 채취하는 일은 일반 다원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야생 찻잎은 재배되지 않은 즉 사람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차나무 잎을 말합니다. 더구나 이런 찻잎을 우전 상태에서 채취한다는 것은 정말로 많은 땀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찻잎으로 정성껏 법제하여 차를 만든다면 이런 차의 가격은 찻잎 가격과 제다 비용을 합쳐서 도매가로 10 만원을 충분히 웃돌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소매가는 적어도 20 만원에 이르겠지요. 사실 정성껏 만든 차는 이보다 돈을 더 준다고 해도 결코 비싸다고 시비 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안다면 말입니다.
3. 국내산 차의 품질 저하 원인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제다업 종사자들의 무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 대 중반부터 차나무가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차나무를 심고 제다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70 년대부터 정부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차 산업은,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더불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급성장은 한편으로 역기능을 불러와서 결국 차의 품질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표준화된 제다법이나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지식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대거 제다업에 뛰어들었고, 특히 소규모 차 농가들이 돈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위 ‘수제차’라고 불리는 제품을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좀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의 ‘무늬만 차’라고 볼 수밖에 없는 차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일부 차인들까지 가세하여 직업적인 제다인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다원을 전전하며 소위 ‘수제차’를 만들거나 위탁 제조한 차를 제 것인 냥 속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고가로 팔았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무질서한 차 업계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혼란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 농가는 찻잎의 양산을 위해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고 제다인들은 경제성만을 의식한, 법제가 아닌 상술에 의해 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산 차가 가격과 품질에서 불신 당하게 된 원인은 대략적으로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하여 일정 부분 반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4. 상인들이나 소비자들의 의식도 문제 있다.
그러나 소비자나 중간상인들의 의식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진정한 수제차는 거의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일정부분 유념기나 건조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찻잎 따기부터 완성품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계화 자동화 시설을 갖춘 대형 제다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이 많이 드는 고된 작업입니다.
일정부분 기계를 사용한다고 전제했지만 어린잎으로 만드는 고급 차일수록 거의 모든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하게 되며 여기에 까다로운 법제과정을 고집하게 되면 그야말로 진액을 쏟아내는 작업이 됩니다.
따라서 상인이나 소비자는 정성껏 잘 만들어진 차를 구별하여 그에 합당한 가격을 주고 수매 혹은 구입하여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상인이 제다업 종사자들에게 합당한 가격을 주고 차를 수매하여야 함은 물론이요 소비자에게는 적정한 이윤을 붙여 판매해야합니다. 소비자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소위 명품 중국차를 수십만 원씩 주고 사먹으면서 잘 만들어진 명품 국산차는 무조건 비싸다고 외면하는 행태를 버려야합니다.
중국의 무이암차를 만드는 찻잎이 귀한 것처럼 - 진짜 무이암차인지 검증하기도 어렵지만 - 우리의 야생 찻잎(진정한 의미에서)도 매우 귀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중국의 특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찻잎에 대하여는 지극한 찬사를 보내며 심지어 신비해하기까지 하는지 그 꼴을 보면 속이 끓습니다.
국내산 차에 대한 불신은 결국 짧은 차 산업의 역사와 정부의 무지한 농정,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극단적인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차문화를 이익의 도구로 삼는 일부 몰지각한 차인들의 행태가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5. 함께 노력하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산 차에 대한 불신과 반목은 지나친 노파심인지도 모르지만 결국 우리의 차 산업 기반의 붕괴를 우려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갈수록 중국산 차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 현실을 볼 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내산 차의 품질과 가격 때문에 차라리 중국산 차를 먹겠다는 생각은 한 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우리의 차 산업, 차 문화를 생각한다면 소비자와 상인 그리고 생산자가 다 같이 협력하여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해관계로 얼룩진 고무줄 잣대가 아닌 엄격하고도 객관적인 명차의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기준으로 잘 만들어진 차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상인들의 의식과, 제 값 주고 사먹겠다는 소비자의 결심만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인들의 - 차 문화를 이익의 도구로 삼지 않는 - 순수한 차 문화 운동이 필요하겠지요.
차가 좋아서 차를 마시다보니 어깨 너머로 보고 들은 바가 서당 개의 풍월이 되어 횡설수설 읊어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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