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표지 사진을 자세히 보면 뭔가 자세가 묘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밑의 글 참조.
브루스 스프링스턴(Bruce Springsteen)의 음반
'Born In The USA'(1984)
01. Born In The U.S.A
02. Cover Me
03. Darlington County
04. Working On The Highway
05. Downbound Train
06. I'm On Fire
07. No Surrender
08. Bobby Jean
09. I'm Goin' Down
10. Glory Days
11. Dancing In The Dark
12. My Hometown
미국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반 'Born In The USA'(미국에서 태어나)는 음악사상 가장 오해받은 음반으로 기록되고 이다. 미국의 노동자, 서민들로 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그의 음악은 노동자나 소외계층의 아픔을 다루거나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비판하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특히 이 음반의 첫번째곡 'Born In The USA'는 당시 레이건 행정부가 재선을 위해 이 곡을 사용할려고 했을 만큼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겐 애국적인 음악으로 받아들여 졌다. 베트남 참전군인이 고국에 돌아와 일자리를 얻는 이야기를 통해 그는 당시 미국사화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음에도...(이 노래의 가사는 밑의 평론글에 있으니 참조.)
▲ 반전 가수인 조안 바에즈와 공연하고 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내 기억에 반미운동이 한창이던 1984년에 이 음반에 국내에 소개 되었을 때 대학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은 바 있다.(80년대의 주요 화두였던 5.18과 노동이라는 두가지 중에서 특히 5.18의 미국개입이라는 문제로 인해 대학가는 반미운동이 큰 주제였다. 이 음악이 대학가에서 지지를 얻은 이유는 이러한 반미운동의 연장에서 미제국주의의 산물인 팝 음악이지만 내용을 제대로 알고서 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다르게 받아들였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주 : 나의 의견) 물론 국내에서도 당시 대학생들이 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위의 음반 표지사진에 "뭔가 자세가 묘하다"고 했는데, 흰색 T와 청바지를 입고 뒷주머니에는 모자를 넣고 성조기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노동자 즉, 전형적인 블루칼라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 우익들에겐 미국찬양 같은 모습으로 보여졌나 보다. 사실 자세히 보면 그의 모습은 성조기를 향해 오줌을 누고 있는 듯 보이고 그 자신도 이 부분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2005년에 발매 된 음반 <Devils & Dust>에서 그는 여전히 이라크전쟁을 비판하며(예전보다는 무디어진 감이 없지 않다는 평이 있다) 미국의 양심적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번째 곡과 마지막 곡은 음질이 조금 떨어진다. 이 음반에 대한 자세한 글은 밑에 올려 놓은 두 평론가의 글을 참조 바람. 참고로 그는 공연 한번에 몸무게가 약 2kg이 빠질 정도로 정열적인 공연을 하기로 유명하다.
브루스 스프링스턴(Bruce Springsteen)의 음반 'Born In The USA' 전곡듣기
01. Born In The U.S.A
02. Cover Me
03. Darlington County
04. Working On The Highway
05. Downbound Train
06. I'm On Fire
07. No Surrender
08. Bobby Jean
09. I'm Goin' Down
10. Glory Days
11. Dancing In The Dark
12. My Hometown
Born In The U.S.A / Bruce Springsteen
보수시대의 절정기에 나타난 월남전 노래
임진모(음악평론가)
그것은 값진 승리였다. 이와 같은 록 레코드가, 게다가 강렬한 메시지로 점철된 앨범이 잭슨 열풍에 바로 이어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는 것은 얼핏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앨범 <미국에서 태어나>는 83년과 84년 잭슨의 <스릴러>로부터 차트 대권을 이양 받으며 85년 팝계이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두 대작의 성격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마이클 잭슨의 것은 '언제나 미국이 좋다'는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깔린 데 반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앨범은 '지금 미국은 병들어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앨범에 관통하고 있는 그의 시각은 용솟음 치는 록 사운드와 달리 시종일관 우울한 것이었다. 그는 베트남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참전용사의 고통, 파괴되어버린 고향 등 빛 바랜 '아메리칸 드림'을 앨범의 테마로 삼았다.
그는 이전 앨범들 <달아나기 위해 태어나>(Born to run) <강>(The river) <네브라스카>(Nevraska)에서 굳힌 '노동자의 대변자' 위치를 이 앨범에서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더구나 앨범의 발매 시기는 레이건 보수 이념이 절정에 달한 84년 6월이었다. 그런데도 이 앨범이 <스릴러> 못지 않은 폭발적 인기를 구가한 것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미국에서만 이 앨범은 자그만치 1100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싱글차트 10위권에 진입한 이 작품이 엄청난 호응을 얻게된 것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우선은 댄스음악과 테크노 팝이 우글거리던 팝 음악 시장에 파워풀한 록앨범의 전형으로서 신선함을 제공해 대중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사실 '고속도로 현장에서'(Working on the highway) '미국에서 태어나'(Born in the USA) '날 감싸줘요'(Cover me) 등에서 보이는 로큰롤만이 가지는 다소 거친 듯한 샤우트 창법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한 맛을 주었다.
히트 싱글이 많았다는 것이 증명해주고는 있지만 워낙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는 것도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첫 싱글로 발표된 '어둠 속에서 춤추며'(Dancing in the dark)는 댄스를 자극할 만큼 신나는 진행을 보이고 있고 '나는 불타오르고 있어요'(I'm on fire)나 '나의 고향'(My hometown)은 마치 포크 발라드를 듣는 듯 편안한 음악 감상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앨범의 사회적 영향과 관련된 분석이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베이비 붐 세대 사람들의 잠재된 정서를 예리하게 파고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됐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은 바로 60년대 학창시절에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며 반전 시위와 농성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어 젊었을 때의 이상과 순수성을 상실해버렸고 사회와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바로 그들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현재 미국의 현실 상황에 대해 짚어보도록 유도한 작품이었다.
방은 어둡고 침대는 비어있네. 난 긴 휘슬 소리를 들으면서 무릎을 꿇었네. 머리를 던지며 울어 버렸지. '하행열차'(Downtown train)
이 곡은 불경기로 인해 직장과 아내를 잃어버린 한 노동자의 좌절을 그린 노래였다. '영광의 시절'(Glory day)은 고교시절의 야구스타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교내 여왕'을 등장시켜 과거와 너무도 달라진 현실의 참담함을 노래하고 있다.
길가 술집에서 어느 날 밤 그를 봤지. 난 들어가고 그는 나오던 참이었어. 우린 다시 들어가 앉아 술잔을 나누었지. 그러나 그가 얘기한 건 지나가 버린 영광의 시절이었어 우린 앉아 옛날에 대해 얘기했지.. 그녀가 말하더군. 울고싶은 심정이라고. 그리곤 영광의 시절을 회상하더니 깔깔 웃었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열창의 타이틀 곡 '미국에서 태어나'는 노동자가 된 어느 월남전 용사의 극단적 삶을 다루었다.
고향에 돌아와 제련소에 일자리를 얻으러 갔지. 고용자는 나더러 재향군인회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하며.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음악관계자들은 이 곡의 제목과 코러스의 반복적 외침으로 인해 미국 찬가로 오해된 것이 앨범의 폭발적 인기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 노래는 84년 LA올림픽(소련이 참가하지 않은 채 미국이 모처럼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과 맞물려 '신애국주의 열풍'을 자극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본의와 다르게 팝 역사상 메시지가 가장 잘못 읽힌 노래가 돼버린 셈이다.
펜실베니아 주의회의 코리얼 스트븐스 의원은 그 무렵 그를 '로큰롤의 보스'로 공식 지명하기 위해 주 의회에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로써 진짜 록의 수장이 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후련한 로큰롤 사운드와 통렬한 노랫말로 60년대 사회의식이 80년대도 엄연히 살아 꿈틀대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록의 본질과 매력을 동시에 팬들의 뇌리에 심은 보기 드문 보수시대 속의 저항가수였다. 『뉴스위크』지는 75년에 이어 10년이 흐른 85년 그를 다시 커버 스토리로 다루어(이번에는 미국 판이 아닌 세계 판) 그에게 '가장 위대한 로큰롤 음악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이 앨범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애국심
전자인형(대중음악평론가)
대립의 애국심
냉전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한국에서의 냉전은 기기묘묘한 심리전이 되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툭하면 의미 없는 색깔논쟁을 제기하고, 보수와 개혁의 테두리를 오가는 열린우리당은 진보 정당에 대해서는 보수를 보수당에 대해서는 진보를 내세우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혼돈스런 정치가 유독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보혁(保革)갈등 같은 타협 없는 대립뿐이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수많은 집회가 벌어졌다.
그 중에는 탄핵과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보혁갈등의 최고조를 이룬 집회들이 많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둘 다 애국심을 근저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태극기를 들고 있지만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는 이 대립을 그저 민주주의의 필요불가결한 대립으로만은 보기 힘든 면이 있다.
부르스 스프링스틴의 애국심
뜬금없는 정치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미국 록의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이야기하려함이다. 전혀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모두 환영받았던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1984년 앨범 [[Born In The U.S.A.]]가 문제였다. 사실 이 앨범에 수록된 메시지는 그동안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계속 추구해왔던 세계 최강국 미국 안에서의 남루한 삶에 대한 고발, 혹은 블루칼라들에게 보내는 지지였다.
‘조그만 고향의 혼잡 속에 있던 내게 그들은 총을 쥐어주었지. 그리곤 외국 땅으로 날 내보냈고 거기의 황인종을 죽이도록 했지. … 고향으로 돌아와 제련소에 일자리를 얻으러 갔지. 고용자는 나더러 재향군인회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하며, … 교도소의 그늘 아래서, 제철소의 가스 불꽃 옆에서 난 10년간 땅을 치며 살고 있어. 탈출할 곳이 없어.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Born In The U.S.A.] 중에서)
80년대의 한 복판, 보수주의의 물결이 거센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한 가운데에 던져진 이 극렬한 비판의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재선을 위해 유세 중이던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로 탈바꿈한다. 뉴저지 유세에서 레이건은 미국은 희망의 나라이며, 그 사실은 뉴저지 출신의 가수 부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물론 동의도 없이 말이다. [Born In The U.S.A]는 졸지에 공화당의 보수적 신애국주의를 지지하는 노래가 되고 만다.
오해와 진실 사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사실 공화당에도 민주당에도 포함되지 않는 극좌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론가 데이브 마시는 증언한다. 반핵운동에 참여하고, 수많은 자선사업에 몰두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미국을 조롱하는 [Born In The U.S.A.]의 가사에서 충분히 삐딱한 시선이 느껴진다.
아무리 의역을 해도 희망을 미국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이 노래를 보수정당의 주제가처럼 사용한 것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45년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경제호황기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들은 로큰롤 혁명이 일어났던 50년대를 10대로 살았고, 20대에는 자신들 스스로 록음악의 신화를 창조했던 이 미국의 핵심 세대였다. 이들은 신시사이저가 난무하는 80년대 팝 씬을 철저히 혐오하고 있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사회성 짙은 가사들은 정녕 ‘로큰롤의 미래’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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